우리 교회 주일학교에는 유치부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함께 예배드리고 있습니다. 아직 한글을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유치부 아이부터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까지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세워진 지 40년이 넘은 교회입니다.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자녀까지 3대가 함께 출석하는 가정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 교회를 지켜온 가정이 많다는 것은 서로의 형편을 잘 알고 아이가 태어나 자라는 과정을 함께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기존 성도들의 관계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만큼 새로운 가정이나 외부 아이가 공동체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도 이미 알고 지낸 친구들과는 편하게 어울렸지만, 처음 만난 아이나 평소 자주 만나지 못했던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은 어려워했습니다.
교회의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그동안 주일학교가 독립적으로 수련회를 진행하지 못하고 학생회 수련회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준비 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현실적인 장점은 있었지만,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정과 프로그램을 충분히 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학생회와 주일학교는 같은 교회학교에 속해 있지만 필요한 프로그램은 달랐습니다. 청소년에게 적합한 긴 예배나 깊이 있는 나눔은 유치부와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단순한 신체 활동은 학생회 아이들에게는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주일학교 아이들만을 위한 수련회를 따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수련회의 중심이 되어 예배드리고, 식사하고,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학생회 일정에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의 연령과 성향을 고려해 주일학교만의 수련회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에서 수련회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수련회는 우리가 평소 예배드리는 교회가 아니라 다른 교회의 공간을 빌려 진행했습니다. 해당 교회에 비용을 지불하고 수련회 장소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한 우리 교회에서 수련회를 진행하는 편이 아이들에게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준비물을 옮기기도 쉽고 교사들도 공간의 구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필요한 물건이 생겼을 때 바로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장소를 선택한 이유는 아이들이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경험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매주 예배드리는 장소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아이들이 수련회보다는 평소 주일학교 행사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장소가 달라지면 이동하는 과정부터 특별한 일정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새로운 공간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장소는 교사들에게 또 다른 준비를 요구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공간이 충분한지, 아이들이 움직여도 안전한지, 화장실은 어디에 있는지, 식사 장소와 예배 장소를 어떻게 이동할지 미리 확인해야 했습니다.
특히 유치부 아이들은 낯선 공간에서 화장실을 혼자 찾기 어렵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교사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인원을 확인하고 어린아이들이 혼자 움직이지 않도록 살펴야 했습니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크게 걱정했던 것은 장소나 준비물이 아니었습니다. 서로 다른 연령의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습니다
이번 수련회에는 평소 자주 만나지 않았던 아이들도 함께했습니다. 같은 교회에 출석하더라도 예배 시간이 다르거나 참석하는 주일이 다르면 서로 깊이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얼굴은 알고 있지만 함께 활동해본 적이 없는 아이도 있었고, 수련회에서 처음 만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같은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이니 금방 친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관계는 생각보다 섬세했습니다. 이미 친한 친구가 있는 아이는 그 친구와만 움직이려고 했고,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는 먼저 말을 걸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고학년 형과 누나를 어렵게 느꼈습니다. 고학년 아이들도 어린 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어색해했습니다.
유치부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연령 차이가 큰 것도 고민이었습니다. 규칙을 복잡하게 만들면 어린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웠고, 너무 단순하게 만들면 고학년 아이들이 흥미를 잃을 수 있었습니다.
체력과 집중력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고학년 아이들은 계속 움직이는 활동을 비교적 잘 따라왔지만, 어린아이들은 집중 시간이 짧고 쉽게 지쳤습니다. 게임에서 지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때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그래서 이번 수련회의 목표를 단순히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잡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서로의 이름을 알고, 같은 조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정했습니다.
18명의 아이를 연령이 섞이도록 조로 나누었습니다
이번 수련회에 참여한 아이는 모두 18명이었습니다. 아이들을 한꺼번에 움직이게 하기보다 몇 개의 조로 나누어 활동하는 것이 관계를 만드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조를 구성할 때는 친한 아이들끼리만 묶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가능하면 유치부와 초등 저학년, 고학년이 한 조 안에 골고루 섞이도록 구성했습니다. 어린아이만 모이면 활동을 이끌 사람이 부족하고, 고학년만 모이면 경쟁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학년 아이들에게 어린 동생을 책임지라고 부담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게임의 규칙을 알려주거나 이동할 때 함께 움직이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를 도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조 활동은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만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식사와 예배, 여러 미션에서도 같은 조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했습니다. 밥을 먹을 때 함께 앉고 예배를 준비할 때도 조별로 모였으며, 게임 미션도 조원들과 함께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원끼리 어색하게 서 있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식사할 때 누가 어디에 앉을지 서로 불러주기도 했고,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는 자연스럽게 같은 조끼리 모였습니다.
어린아이가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고학년 아이가 알려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른이 서로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것보다 함께 해결해야 할 작은 미션을 주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은 대화를 먼저 시작하지 못해도 게임이라는 공통의 목표가 생기자 서로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네가 먼저 해”, “여기를 잡아”, “같이 가자”와 같은 짧은 말이 쌓이면서 관계가 시작됐습니다.
첫 활동은 종이컵을 이용한 친해지기 게임이었습니다
제가 맡은 프로그램은 조별 레크리에이션과 미션 활동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복잡한 게임을 진행하기보다 간단한 활동으로 분위기를 풀어야 했습니다.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종이컵을 활용한 친해지기 활동이었습니다. 종이컵은 쉽게 구할 수 있고 연령에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첫 게임의 준비물로 적절했습니다.
종이컵을 조원에게 넘기거나 정해진 방식으로 돌리면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평소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아이도 자기 차례가 오면 자연스럽게 조원의 얼굴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첫 게임에서는 승패를 강하게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서로 어색한 상황에서 경쟁부터 시작하면 실수한 아이에게 책임이 쏠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함께 웃고 움직이며 조원들과 가까워지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팔짱을 끼고 있거나 “나는 안 할래요”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활동을 시작할 때마다 투덜거리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조원들이 참여하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 한 명씩 게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여러 번 참여하라고 재촉하는 것보다 먼저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재미있어 보이면 아이들은 스스로 가까이 왔습니다.
종이컵을 떨어뜨리지 않는 미션에서 협동이 시작됐습니다
다음 활동은 종이컵을 떨어뜨리지 않고 이동하거나 전달하는 미션이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게임이지만 한 사람만 빠르게 움직인다고 성공할 수 있는 활동은 아니었습니다.
조원들의 속도를 맞추고 앞사람과 뒷사람의 움직임을 함께 살펴야 했습니다. 어린아이의 움직임이 느리면 고학년 아이가 기다려야 했고, 컵이 떨어졌을 때는 서로의 책임을 묻기보다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앞서 빠르게 움직이던 아이들이 종이컵을 여러 번 떨어뜨렸습니다. 그러자 아이들 스스로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천천히 가자”, “컵이 떨어질 것 같아”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협동의 의미를 길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활동 자체가 협동을 요구했습니다. 한 사람이 아무리 잘해도 조원 전체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미션을 완료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의 실수를 기다려주는 고학년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연령을 섞어 조를 구성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동생과 같은 조가 된 것을 아쉬워했던 아이도 나중에는 동생의 컵이 떨어지지 않도록 옆에서 도와주었습니다.
선생님이 눈을 가리고 사진을 찍는 게임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던 활동 중 하나는 선생님이 눈을 가리고 사진을 찍는 게임이었습니다.
교사가 눈을 가린 상태에서 카메라나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으면 아이들은 사진에 찍히지 않도록 몸을 숨기거나 옆으로 이동했습니다. 규칙은 단순했지만 아이들은 교사가 어느 방향을 찍을지 예상하며 크게 웃었습니다.
이 게임은 연령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달리기가 빠르거나 힘이 세야만 유리한 활동이 아니었습니다. 어린아이도 교사의 움직임을 보며 옆으로 피할 수 있었고, 고학년 아이는 다른 조원에게 방향을 알려주며 참여했습니다.
촬영한 사진을 함께 확인하는 시간도 또 하나의 놀이가 됐습니다. 얼굴이 선명하게 찍힌 아이도 있었고 팔이나 다리만 나온 아이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 사진을 함께 보며 다시 웃었습니다.
완성도 높은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사진이 나오는 과정 자체가 놀이였습니다. 아이들이 서로의 사진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름을 부르고 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교사가 눈을 가린 상태에서는 주변 상황을 모두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동 범위를 정해둘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른 교사가 옆에서 장애물과 아이들의 움직임을 살펴주는 역할도 중요했습니다.
풍선과 비닐을 이용한 활동에서는 역할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풍선을 비닐로 튕겨서 정해진 장소까지 가져오는 게임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풍선을 손으로 직접 잡는 것이 아니라 비닐을 이용해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조원끼리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풍선은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힘을 너무 세게 주면 옆으로 날아갔고, 조원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비닐을 움직이면 풍선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자기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하다가 여러 번 실패했습니다. 몇 차례 반복한 뒤에는 아이들끼리 역할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한 아이가 구호를 외치면 다른 아이들이 구호에 맞춰 비닐을 움직였습니다.
손을 사용하지 않고 바람이 가득 들어 있는 비닐을 옮기는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가장 익숙한 도구인 손을 사용할 수 없으니 아이들은 머리와 어깨, 팔꿈치 등을 사용해 비닐을 옮길 방법을 찾았습니다.

아이들이 정답을 바로 알려달라고 할 때도 있었지만 가능한 한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해하고 답답해했지만 한 조가 새로운 방법을 찾으면 다른 조도 그것을 참고해 자기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학년 아이들만 의견을 내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어린아이가 제안한 방법이 엉뚱해 보여도 한 번 시도해보도록 했습니다. 실제로 어른이 생각하지 못했던 간단한 방법을 어린아이가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투덜대던 아이들도 게임이 진행될수록 달라졌습니다
수련회를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가장 많이 걱정했습니다. 실제로 프로그램 초반에는 모든 아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거 왜 해요?”, “우리 조가 질 것 같아요”, “다른 게임을 하면 안 돼요?”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규칙을 설명하는 동안 다른 곳을 바라보거나 자기 친구와만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는 오랫동안 준비한 활동이 아이들에게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시작부터 반응이 좋지 않으면 진행하는 교사의 마음도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게임이 지나자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조원끼리 구호를 정했고, 다른 조의 결과를 보면서 자신들만의 방법을 의논했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어도 다음 게임을 언제 시작하는지 묻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초반의 투덜거림을 프로그램의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과 낯선 사람 앞에서 느끼는 긴장을 투덜거림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활동이 싫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몰라 먼저 거리를 두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교사가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일정한 분위기를 유지하자 아이들도 천천히 적응했습니다. 모든 아이가 처음부터 즐거워해야 한다고 기대하기보다 각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수련회 중간에는 야외 물놀이 시간도 가졌습니다
실내 프로그램과 예배만 계속 진행하면 아이들이 쉽게 지칠 수 있어 야외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더운 날씨 속에서 아이들은 물을 보자마자 실내 활동에서 느꼈던 피로를 잊고 활발하게 움직였습니다.
물놀이에서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어린아이와 고학년 아이가 함께 활동하기 때문에 뛰는 속도와 활동 범위를 계속 살펴야 했습니다. 바닥이 젖으면 미끄러질 수 있어 뛰지 않도록 반복해서 안내했고, 아이들이 정해진 구역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확인했습니다.

아이들은 조별 미션을 진행할 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가까워졌습니다. 물이 나오는 방향을 알려주거나 어린 동생이 무서워하지 않도록 옆에서 기다려주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준비한 프로그램 안에서만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예배드리고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든 시간이 아이들을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18명의 아이를 두 명의 교사가 맡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이번 수련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프로그램 진행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18명의 아이와 함께 공간에 들어온 교사는 진행자인 저를 포함해 두 명이었습니다.
나머지 교사들도 수련회에서 다른 일을 맡고 있었습니다. 식사 준비와 공간 관리, 다음 일정 준비 등 각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수련회는 눈에 보이는 프로그램 진행 외에도 많은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두 명의 교사가 18명의 아이를 두 시간 가까이 계속 이끄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 명은 전체 게임을 설명하고 진행해야 했고, 다른 한 명은 아이들의 안전과 질서를 살펴야 했습니다.
유치부 아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 누군가는 함께 이동해야 했습니다. 게임 도중 아이가 넘어지거나 속상해서 울면 옆에서 상태를 살펴야 했습니다. 준비물을 나누어주고 회수하는 일도 있었고,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 조에는 다시 설명해야 했습니다.
진행자인 제가 한 아이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면 전체 프로그램의 흐름이 끊겼습니다. 반대로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면 개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충분히 살피기 어려웠습니다.
아이들이 흥분하기 시작하면 목소리도 점점 커졌습니다. 게임에 참여하는 아이와 잠시 쉬고 싶은 아이, 규칙을 다시 묻는 아이가 동시에 생겼습니다. 두 시간이 지나자 목도 아프고 집중력도 떨어졌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조금만 더 많은 교사가 함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각 조에 교사가 한 명씩 배치되지 않더라도 준비물 담당, 안전 담당, 사진 담당으로 역할을 나눌 수 있었다면 진행 부담이 훨씬 줄었을 것입니다.
다음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면 게임 진행 교사 외에 최소 한 명은 아이들의 이동과 안전을 전담하도록 요청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조별로 한 명씩 보조 교사를 배치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일 것 같습니다.
수련회 프로그램은 게임보다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번 수련회를 준비할 때는 어떤 게임을 해야 아이들이 좋아할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습니다. 종이컵과 풍선, 비닐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준비물로 여러 활동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보니 중요한 것은 게임의 종류가 아니었습니다. 게임은 아이들이 서로 말을 걸고 함께 웃을 수 있도록 돕는 도구였습니다.
처음 만난 아이에게 갑자기 친하게 지내라고 하면 어려워합니다. 하지만 같은 조가 되어 종이컵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하고 풍선을 함께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연령이 다른 아이들이 함께 활동하는 것도 걱정했지만 오히려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고학년 아이들은 어린 동생을 기다리는 경험을 했고, 어린아이들은 형과 누나의 도움을 받으며 조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았습니다.
물론 모든 순간이 매끄럽지는 않았습니다. 투덜거리는 아이도 있었고 규칙 때문에 다투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교사가 부족해 진행이 벅찬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조원끼리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수련회를 따로 준비한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일정을 마친 것이 아니라 주일학교 아이들이 함께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든 것입니다.
다음 수련회에서는 교사 역할을 더 구체적으로 나누려고 합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다음 수련회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도 분명해졌습니다.
먼저 프로그램 담당자 한 사람이 전체 흐름을 책임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진행자와 안전 담당자, 준비물 담당자, 사진 담당자를 미리 구분하면 현장에서 역할이 겹치지 않습니다.
두 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기보다 중간에 물을 마시는 시간과 화장실 시간을 공식적으로 넣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 없으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교사도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별 활동을 진행할 때는 고학년 아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책임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어린 동생을 도와주는 경험은 좋지만, 동생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역할까지 맡기면 고학년 아이도 프로그램을 충분히 즐기기 어렵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되 최종적인 책임은 반드시 교사가 맡아야 합니다.
게임 규칙도 글로만 준비하기보다 교사들이 미리 한 번 실행해보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이동 동선이 겹치는지, 준비물이 쉽게 망가지는지, 어린아이도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준비물 역시 게임별로 상자를 나누고 진행 순서대로 꺼낼 수 있도록 배치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도중 필요한 물건을 찾느라 흐름이 끊기면 아이들의 집중력을 다시 모으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아이들만을 위한 수련회를 준비하기를 잘했다고 느꼈습니다
인원이 많지 않은 교회에서 주일학교만을 위한 수련회를 따로 준비하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장소를 빌리는 비용도 필요했고 교사들이 시간을 내야 했으며, 아이들의 연령에 맞는 프로그램도 새로 구성해야 했습니다.
학생회 수련회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더 간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련회를 통해 어린아이들에게는 어린아이의 속도에 맞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예배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했고, 레크리에이션도 단순한 경쟁보다 관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구성해야 했습니다. 식사와 이동 역시 아이들의 연령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18명의 아이는 처음부터 하나의 공동체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서로 어색해했고 친한 친구만 찾았습니다. 그러나 식사와 예배, 레크리에이션을 같은 조와 함께하면서 조금씩 관계를 만들었습니다.
프로그램 초반에는 투덜거리던 아이가 나중에는 같은 조원을 응원했습니다. 다른 아이의 이름을 몰랐던 아이가 게임 중에는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어린 동생과 같은 조가 된 것을 아쉬워하던 고학년 아이도 마지막에는 동생의 손을 잡고 이동했습니다.
이런 장면을 보기 위해 수련회를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교사가 부족해 힘들었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고 다음에는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부족했던 점까지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다음 수련회는 더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일학교 수련회는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진행한 저에게도 아이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과 교사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계획한 순서대로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어했고 불평했으며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반응했습니다. 하지만 기다려주고 함께할 이유를 만들어주자 아이들은 스스로 관계를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교회의 규모나 인원이 많지 않다는 사실만 아쉬워하기보다 적은 인원이기 때문에 더 세심하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을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부를 수 있고 한 명 한 명의 반응을 살필 수 있다는 것은 작은 주일학교가 가진 분명한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수련회가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서로 어색했던 18명의 아이가 같은 조원의 이름을 부르고 함께 웃었던 시간만큼은 오래 기억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