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스마트폰을 켜고, 검색을 하며, 영상을 시청하고, 쇼핑을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몰래 따라다니며 조용히 '추천'이라는 이름으로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면 믿으시겠나요? 바로 ‘알고리즘’이라는 존재입니다.
알고리즘은 단순히 컴퓨터의 코드 그 이상입니다. 학자 Diakopoulos(2014)는 알고리즘을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 또는 단계”로 정의합니다. Young와 Hermida(2014)는 더 나아가, 알고리즘을 “온라인 소통 현상을 자동화된 방식으로 정렬하고, 인기 있는 정보를 강조하도록 설계된 보이지 않는 반독립적 에이전트”라고 설명합니다.
즉, 알고리즘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이며, 우리는 그 결과를 마치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은 정말 우연일까요?
컴퓨팅 사고력과 알고리즘, 무엇이 다른가?
‘컴퓨팅’이라고 하면 흔히 복잡한 컴퓨터 언어, 프로그래밍, 코딩 등을 떠올리지만, 사실 컴퓨팅 사고력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개념입니다.
컴퓨팅 사고력이란 복잡한 문제를 작게 나누고, 논리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사고 방식입니다. 여기에는 알고리즘 설계, 패턴 인식, 추상화, 오류 검출과 같은 논리적 단계가 포함됩니다. 결국 알고리즘은 컴퓨팅 사고력의 핵심적인 표현 중 하나입니다.
쉽게 말하면, 컴퓨팅 사고력은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의 틀’이고, 알고리즘은 ‘그 해결 과정을 구체적으로 짜여진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일상 속에 숨은 알고리즘
“나는 코딩을 몰라. 알고리즘 같은 건 나랑 상관없어.”
정말 그럴까요? 우리는 이미 알고리즘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 유튜브 추천 영상: 시청한 영상의 종류, 시청 시간, 멈춘 순간 등을 기반으로 다음 영상이 자동으로 제시됩니다.
- 쇼핑 앱 추천 상품: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 찜한 제품, 검색 기록 등을 통해 취향을 분석합니다.
- SNS 피드 정렬: 좋아요, 댓글, 친구 관계, 머문 시간에 따라 내가 볼 수 있는 글의 순서가 달라집니다.
이 모든 과정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계산’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는 그 결과만을 접하고 판단합니다.
알고리즘의 양면성 – 편리함과 위험 사이
물론 알고리즘은 분명한 이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일일이 찾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먼저 가져다줍니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나침반 역할을 하죠.
하지만 문제는, 그 나침반이 '내가 원한 방향'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유리한 방향'을 향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추천 시스템은 편리하지만, 동시에 사용자의 감정과 행동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알고리즘에 조용히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곤 합니다.
실생활 속 알고리즘의 조종 예시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특정 주제를 검색하면 자극적이고 강한 어조의 영상이 계속 추천됩니다. 처음엔 단순한 관심이었지만, 어느새 우리는 해당 이슈에 과몰입하게 되고, 편향된 시선만 보게 됩니다.
또한 감정 기록 앱이나 AI 상담 챗봇을 사용하는 경우, 위로의 말이 반복되지만 점점 내 감정 해석을 스스로 하지 않고 AI에 의존하게 됩니다. “당신은 이런 기분이군요.”라는 말에 익숙해지면, 어느새 ‘내 감정 해석을 외주화’하게 되는 것이죠.
우리가 알고리즘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알고리즘은 중립적이고 논리적인 체계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만든 사람, 설계한 기준, 입력된 데이터에 따라 편향과 왜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게 되면, 결국 우리는 더 이상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 ‘선택당하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의 시대일수록, 인간의 사고력과 감정 자율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마무리하며 – 기술을 ‘이해’하는 것이 방패다
컴퓨팅과 알고리즘은 4차 산업혁명, AI 시대, 디지털 전환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필수적인 기초소양이 되었습니다. 이 기술을 단순히 ‘전문가의 영역’으로 치부하기보다, 우리의 일상과 감정, 선택과 사고를 연결하는 사회적 감각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야말로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 아닐까요?
알고리즘을 쓰는 것은 기계이지만, 그 결과를 선택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