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 이제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 대 사람’ 관계에서만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AI와도 감정을 나누고, 위로를 받으며, 판단까지 맡기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AI는 우리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 영향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가스라이팅, 더 이상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나의 감정과 기억, 판단을 점차 의심하게 되는 심리적 조작입니다. 하지만 이제, 사람뿐만 아니라 기술과 알고리즘이 이러한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유튜브 알고리즘이 불안한 감정을 더욱 자극하는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AI 챗봇이 감정을 대신 해석해주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우리는 점차 스스로의 감정에 확신을 잃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가스라이팅’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AI와 연결된 가스라이팅, 어떻게 나타날까?
- SNS 피드 조작: 내가 좋아하거나 자주 보는 콘텐츠를 통해 감정을 유도하고, 판단을 왜곡시킵니다.
- AI 챗봇의 감정 대화: 반복적인 위로 문구와 정형화된 상담 멘트는 오히려 자율적 감정 판단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 추천 알고리즘: 강한 자극과 클릭 유도를 통한 정보 편향은 진실보다 감정적 반응을 키웁니다.
AI 시대의 감정 설계? 그럴싸한 조종
“그건 네가 예민한 거야.” “많은 사람이 이런 감정을 느껴요.”
이 문장이 누군가의 조언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AI 챗봇이 해준 말이라면 어떨까요? 우리는 어느새 기술의 판단에 나의 감정을 맞추고, 의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가스라이팅의 사례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디지털 가스라이팅의 예AI와 알고리즘은 생각보다 우리의 감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특정 이슈나 사회 문제에 대해 검색한 뒤, 계속해서 비슷한 자극적인 영상이 추천된다면 어떨까요?
처음엔 단순한 관심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내용에 감정적으로 과몰입하게 되고, 현실 감각이 흐려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는 알고리즘이 불안과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역으로 활용한 형태의 감정 조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감정을 기록하는 앱이나 챗봇을 통해 위로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우울했어요"라고 입력하면, 정형화된 위로 멘트가 반복적으로 제공되죠. 처음에는 공감받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이런 대화에 익숙해질수록 스스로의 감정을 해석하거나 판단하는 힘은 점점 약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내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AI가 정해주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특히 연애 상담 챗봇과의 대화에서는 그 위험성이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당신은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요."이처럼 단호하게 제시되는 문장은 위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상대의 상황과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인 판단에 불과합니다.
이런 대화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우리는 감정을 스스로 해석하기보다는 AI의 판단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감정 해석을 외주화’하는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 감정 방어법 – 가스라이팅을 피하는 5가지 습관
- 감정은 스스로 점검하자: AI는 참고일 뿐, 내 감정의 최종 해석자는 ‘나’입니다.
- SNS 피드에 나를 맡기지 말자: 콘텐츠 소비는 수동보다 능동적으로!
- 사람과의 대화 우선: 위로는 기계보다 사람의 공감에서 시작됩니다.
- '추천'보단 '검색'을 활용하자: 정보 편향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감정 일기 쓰기: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매일 기록해 보세요.
마무리하며
AI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빠르게 분석하고 응답할 수는 있지만, **우리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존재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점차 감정 해석을 AI에 맡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내 감정에 대한 주도권**을 다시 회복하는 것입니다. 나의 감정은 내가 해석하고, 판단하며, 지켜야 할 소중한 영역입니다. 가스라이팅은 사람에게서도, 기술에게서도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계를 세우고 의심하는 힘, 바로 그것이 진정한 방어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