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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한 줄 알았던 우리 아이, 집중력은 이미 켜져 있었어요

by 생존맘 2025. 6. 18.

며칠 전, 담임 선생님과 통화를 하다가 아이에 대해 조금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멍하게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수업을 못 따라가는 건 아니지만, 시작이 조금 느려요. 환기를 시켜주면 금방 집중하긴 해요.”

처음에는 조금 걱정이 됐어요. 우리 아이가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걸까? 혹시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선생님께서도 “결과적으로는 잘 따라오고 있다”고 하셔서 마음을 조금 놓았지만, 계속해서 그 말이 머릿속에 남더라고요.

유튜브 시청이 아이의 집중력에 영향을 준 건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가 일상에서 종종 멍~한 이유가 어쩌면 미디어 사용 습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아이는 외동이고, 평소에는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할머니도 연세가 있으셔서 계속 놀아주는 건 쉽지 않으시죠. 저는 워킹맘이다 보니 퇴근 후엔 녹초가 되어 제대로 놀아주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 아이는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켜요. 처음에는 ‘혼자 잘 노는구나’ 싶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유튜버처럼 말하거나, 대화 방식이 자연스럽지 않게 변해간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예를 들어 “여러분~ 오늘은요!”라고 말을 시작하거나, 대화 중간중간 유튜브에서 본 유행어를 따라 하더라고요.

이런 변화가 아이의 일상적 사고 흐름을 방해하고, 집중력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시청 시간을 조절하기로 결심했어요.

아이와 약속한 미디어 시간 조절

“하루에 유튜브는 몇 분까지만 보자.” “영상 한 편 보고 나면, 다른 놀이를 해보자.”

처음에는 약간 실랑이가 있었지만, 아이와 함께 타이머를 설정하고, 시청 시간을 정해두니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어요. 그 대신 우리는 자기 전 간단한 ‘책 읽기 + 퀴즈 놀이’를 시작하게 되었죠.

집중력 테스트처럼 시작된 퀴즈 시간

책을 읽고 나서 간단한 질문을 던졌어요. “이 책에서 주인공은 어디에 갔더라?”, “강아지 이름이 뭐였지?” 사실 저는 아이가 잘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수업 시간에도 멍하다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의 입에서 모든 질문의 정답이 술술 나오는 거예요.

심지어는 제가 질문하지 않은 디테일까지 기억하고 있어서 되려 제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죠. “이 아이, 집중 못하는 게 아니었네… 오히려 더 잘 듣고 있었네.”

‘멍~’은 집중력 부족이 아닌 깊은 몰입일 수도 있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아이가 멍하게 있는 시간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이의 두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게, 더 느리게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는 중일 수도 있거든요.

중요한 건, 그 시간 이후 아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얼마나 기억하는지를 살펴보는 거예요. 실제로 우리 아이는 퀴즈 놀이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에서도 뒤처지지 않고 내용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걸 증명했죠.

 

작은 루틴이 만든 큰 변화

자기 전 책읽는 시간이 알려준 우리아이의 집중력

  • 유튜브 시청 시간 줄이기
  • 자기 전 책 읽고 퀴즈로 마무리
  • 감정적으로 꾸짖기보다, 아이와 함께 ‘약속’하기

이런 사소한 변화들이 아이의 하루를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고 있어요.

요즘은 아이가 책을 읽고 나서 먼저 “오늘은 무슨 문제 낼 거야?” 하고 묻기도 해요. 아이 스스로도 자신의 집중력과 기억력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맺으며 – 아이를 믿고, 함께 리듬을 만들어가세요

멍한 것처럼 보여도, 아이는 이미 듣고 있고, 생각하고 있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어요.

우리의 역할은 그것을 조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아이의 리듬에 맞춰 함께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오늘도 우리는 집중력을 키워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