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릴 땐 외출 준비도 작전처럼 철저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스낵, 물티슈, 여벌 옷,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마트폰.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영상 몇 개, 게임 하나쯤은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고 한다. 나는 ‘미디어를 무조건 배제하자’는 주의는 아니다. 오히려 적절히 잘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정말 가끔은 스마트폰 없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다.
폰 없이 외출? 예상보다 어렵진 않았다
사실 준비되지 않은 외출일수록 더욱 스마트폰을 찾게 된다. 평소처럼 패드나 워크북을 챙기지 못한 날, 줄을 오래 서야 하거나 음식이 늦게 나오는 순간이 오면 자연스럽게 “이거라도 봐” 하며 폰을 내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은 정말 폰을 주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던 날이었다. 그래서 꺼내 든 것은 종이 한 장과 볼펜 한 자루. 생각보다 이 간단한 도구로 꽤 긴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종이 한 장이면 충분한 놀이들
1. 점 찍기 땅따먹기
처음엔 단순히 점을 잔뜩 찍는다. 그다음에는 엄마와 아이가 번갈아 가며 점과 점을 선으로 연결한다. 사각형이 완성되면, 거기엔 엄마는 ‘별표⭐’, 아이는 ‘동그라미⭕’를 그려서 자신의 땅을 표시한다.
모두 끝나고 나면, “누가 더 많은 땅을 가졌나?” 하며 동그라미와 별을 세어보며 자연스럽게 수세기 놀이로 이어진다.
2. 무엇이든 그려보기
“이건 무슨 모양일까?” “이 선을 얼굴로 바꿔볼까?” 점에서 시작한 그림은 괴상한 괴물, 귀여운 캐릭터, 미로가 되기도 한다.
서로 돌아가며 그림을 이어서 그리는 상상 그리기는 아이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같은 종이 위에서 엄마와 아이가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3. 말로 하는 그림 묘사 퀴즈
하나가 그린 그림을 보고 다른 사람이 맞히는 ‘말 없는 그림 퀴즈’도 무척 재미있다. “이건 뭐게?” “벌레야? 아니면 고래야?” 그림 실력보단 설명력과 상상력이 빛나는 시간이다.
엄마의 시간은 없지만, 이 시간은 분명히 특별하다
물론, 이런 놀이는 끊임없이 시선을 맞추고 함께해야 한다. 중간중간 핸드폰을 보거나, 내 시간을 갖는 건 쉽지 않다. 오롯이 아이를 바라보아야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아이와 보내는 지금 이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스마트폰 없이 잠깐 지루하고, 조금 피곤하더라도 이런 날들이 기억이 되고, 언젠가 아이가 “엄마, 그때 우리 별이랑 동그라미 그렸잖아” 하고 꺼내 줄 날이 올지도 모른다.
미디어 없이도 외출이 가능한 몇 가지 팁
상황 | 대체 활동 아이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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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기다릴 때 | 점 연결하기, 미로 그리기, 종이접기 |
줄 설 때 | 동물 흉내 내기, 주변 단어 찾기 |
카페나 대기 공간 | 이어 그리기, 말 없는 스무고개, 간판 보고 글자 놀이 |
이동 중 (지하철/버스) | “주변에 파란색 3개 찾아보자” 관찰 게임 |
작은 준비물로도 꽤 많은 걸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함께 하려는 마음이다.
마무리하며
“아이와 미디어 없이 외출해보셨나요?”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웃으며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고, 어쩌면 더 특별했어요.”라고.
스마트폰 없이 나서는 하루, 처음은 어색하지만 아이와의 거리만큼은 더 가까워지는 날이 될 수 있다.
부담 갖지 않고, 한 번쯤 시도해보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추억 하나를 덤으로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