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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꼭 책상이 필요할까요?

by 생존맘 2025. 6. 17.

아이에게 책상이 필요하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사실 조금은 당연하게 느꼈어요. 학교에 입학하면 공부를 시작하니까, 자연스럽게 책상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아마 많은 부모님이 공감하실 거예요.

그래서 저도 우리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나름 고민 끝에 벙커 침대에 책상이 붙어 있는 가구를 준비했어요. 공간도 절약되고, 아이가 자는 공간과 학습 공간이 구분되어 좋을 거라고 생각했죠.

큰마음 먹고 준비한 벙커침대와 책상

하지만… 과연 책상은 잘 사용되고 있었을까요?

식탁이 더 편한 아이

 

학교생활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힌 후, 저는 딸의 생활 패턴을 관찰해봤어요. 아이들은 어떤 공간을 좋아할까? 어디에서 공부를 제일 많이 할까?

놀랍게도 대부분의 시간을 식탁에서 보내고 있더라고요.

식탁에 앉아서 만들기를 하는 아이의 모습

  • 학교 숙제를 할 때도 식탁
  • 패드로 e학습터를 할 때도 식탁
  •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릴 때도 식탁

우리 집은 식탁이 거실 한쪽에 있어서 엄마인 제가 주방일을 하거나 TV를 보고 있을 때도 아이와의 거리가 가까워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선호하게 된 것 같아요.

책상은?
벙커 침대 한쪽에 덩그러니… 거의 사용되지 않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내 책상처럼 느껴져!”

그런 딸에게 며칠 전,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봤어요.

“우리 책상도 한 번 정리해볼까?”
“책상에서 그림 그리면 어때?”

평소엔 엄마가 먼저 치워주곤 했지만, 이번엔 정리도 스스로 해보게 했어요.

정리하는 모습은 서툴렀지만 진지했고, 책상 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여기엔 이걸 놓아야지”, “이건 옆으로 빼야겠다” 하며 자기 공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나서 스스로 말하더라고요.

“이제는 내 책상처럼 느껴져!”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시작한 딸 : )

꼭 책상이 필요한 걸까?

이번 경험을 통해 책상이 필요한가 아닌가에 대한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그 공간이 어떤 의미인지”라는 점을 느꼈어요.

책상이 있더라도 아이가 거기에 애착이 없다면 단순한 가구일 뿐이고, 식탁이더라도 엄마와의 거리가 가깝고 자유롭다면 훌륭한 학습 공간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 정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나만의 책상은 자기 주도성과 독립심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도 느꼈어요.

정리해볼게요

구분 내용
아이가 자주 사용하는 공간 식탁 (거실과 가까움, 엄마와 소통 용이)
책상 활용이 어려웠던 이유 스스로 정리하지 않음, 익숙하지 않음
변화의 시작 정리를 스스로 해보게 함
아이의 반응 “이제 내 책상 같아”, 자발적인 사용 시도
결론 책상은 꼭 필요하진 않지만, ‘나만의 공간’을 인식하는 경험은 매우 중요함

엄마로서의 작은 깨달음

아이에게 어떤 공간을 주는가보다 중요한 건, 그 공간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느냐라는 생각이 들어요.

꼭 책상이 아니어도 좋고, 꼭 정해진 장소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한 번쯤은 아이 스스로 ‘내 공간’을 인식하고 ‘어떻게 쓰고 싶은지’ 고민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 진짜 중요한 교육 아닐까요?

마무리하며…

이제는 딸이 가끔은 책상에서도, 가끔은 식탁에서도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있답니다. 책상이 마냥 방치된 가구가 아닌, 스스로 만든 작은 세계가 된 느낌이랄까요?

혹시 지금 우리 아이가 책상을 사용하지 않아서 고민이라면, 정리부터 함께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에게 ‘내 자리’라는 감정을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시작될 수 있어요.